노래하고 글 쓰는 이내의 첫 에세이집. 여성주의 저널 「일다」에 연재된 글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길 위의 음악가', '어디서나 동네가수'라고 소개하는 이내는 전국의 작은 책방과 카페를 여행하며 사람들과 풍경을 마음에 담고 눈에 새겼다.
그리고 잊지 않고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P114 부족함은 상상력이 될 수도 있고, 불편함은 재미가 될 수도 있다고 나는 믿는다.
물론 그것은 스스로 선택할 때만 가능해지는 현실이기에, 타인에게는 제안조차 하기 어렵다.
다만 어쩔 수 없는 세상에서 어쩔 수 없는 틈새를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면, 우리는 서로 알아볼 수 있다.
P178 완벽한 모습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만큼의 작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나누면서 나는 천천히 단단해진다. 그것을 계속 경험하고 있다.
P183 언젠가 폐를 끼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다. 그것은 누군가가 나에게 폐를 끼친다 해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은 그 용기로 나는 노래여행을 시작했고 수많은 폐를 끼치면서 조금씩 자립할 수 있었다. 그런데 조금 괜찮아지자 이를 핑계로 나는 다시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했다.
최근 겪은 불안한 마음에 완벽한 해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폐를 끼칠 용기를 내는 것, 그래서 서로가 서로의 빈틈을 채우려는 마음이 효율과 시스템 사이사이에 스며들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