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스펙트럼 안에서 우리가 겪게 되는 복잡다단한 감정의 변화를 예리한 시선으로 통찰하며 호평을 받은 작가 손민지의 『나는 너를 영원히 오해하기로 했다』가 봄름에서 출간된다.
숭고한 만큼 지질해지고 열렬한 만큼 바스러지기 쉬운 사랑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래서 작가는 어떤 관계 속에서든 나답게, 튼튼하게 서 있기 위해 고민한다.
타인이 내 삶에 드나드는 동안에도 절대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는, 나는 나를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뿐이니까. 책의 두께는 얇지만 사유의 깊이는 얕지 않기에, 곁에 두고 천천히 조금씩 꺼내 읽으면 좋겠다.
책을 집어 드는 순간의 마음 상태에 따라 매번 새로운 귀퉁이를 접게 되고, 사랑의 시작과 끝에서 움츠러든 마음을 이내 활짝 펴게 될 것이다.
P36 우리에게 다음은 없을 거라는 걸 받아들일 예정이었기에 조금은 의연했고 의연하다가도 자주 무너졌다. 무너졌으나 한 발은 현실을 딛고 있었고, 그런 날들이 반복되어서 눈시울이 자주 뜨거워졌으나 울지는 못했다.
P80 누군가를 오해하기로 결정한 후 가장 좋은 점은 내 감정이 오롯이 나의 것이 되었다는 점이다. 지금의 나는 나로 인해 기쁘고, 나로 인해서만 절망할 수 있다.
P130 작별 인사를 하지 않고도 헤어지는 법을, 이별의 이유를 묻지 않고도 이별을 받아들이는 법을 친구들과의 이별로 배워온 것 같다. 멀어지면 멀어지는 대로 두는 것 또한 내 삶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만드는 노력이다.